
미국의 국방방위전략과 한국의 국가방위 — 동맹의 재구성과 새로운 선택지
최근 미국의 국가방위전략은 과거와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21년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을 강조하던 시기를 지나,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집권과 함께 미국은 점차 동맹국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존재로 변하고 있다. 한편, 3년째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직 종전의 기미가보이지 않고 있다.
아직 공식 발표는 되지 않았지만, 2025년 버전의 미국 국가방위전략(National Defence Strategy, NDS)의 주요 골자는 이미 일부 유출 및 분석을 통해대략적인 방향이 드러났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시기부터 이어져 온 ‘자국 본토 방위 우선주의’와 ‘동맹국의 부담 증대 요구’ 기조가 다시 강화되고 있다는점은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 시기의 전략 — ‘미국 우선’과 동맹국 방위비 부담 증대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방위전략 핵심은 단순했다.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경찰이 아니며, 미국 군대의 최우선 임무는 자국 본토 방어이고 동맹국의 안보는각국이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감축 혹은 철수 가능성을 언급하며,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또한 미국은 자국의 전략자산을 한국에 상시 배치하기보다는 필요 시 점진적으로 운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는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미국의 해외 개입을 최소화하고, 동맹국이 더 많은 부담을 떠안도록 설계된 전략이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소말리아 전쟁 등을 거치면서 미국이 육상 전투의 직접 개입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우월한 항공모함 전력을 활용해 해상과 공중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방식으로전쟁을 치러온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 — 동맹 복원, 그러나 조건부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시대와 달리 출범 초기 ‘동맹 복원’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국과 일본, 유럽 주요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하며, 나토(NATO)와 인도-태평양 전략 구상에 한국을 적극적으로 포함시키는 행보를 보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복원이 과거 냉전시대와 같은 ‘무조건적 지원’을 의미하는 것은아니며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의 역할 강화, 그리고 동맹국들의 방위 역량 확대를 전제로 하고 있다. 실제로 한미연합훈련이 확대되는 동시에 한국군이 중국과 북한의 연합 위협에 대응하는 전방위 전략 자산으로 재편되는 조짐도 보인다.
2025년 미국 방위전략 유출본의 핵심 — ‘미국 본토 방위 우선’의 재강화
유출된 2025년 버전의 미국 방위전략에서는 다시금 트럼프 시대의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심은 미국 본토 방어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들에게 자체 억제력 및 방위 역량 강화 요구, 동맹국의 분담금 확대 및 주둔 미군의 전략적 감축 가능성 언급과 함께 중국 대응에한국군이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전략 구상 반영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정책 조정이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초점이 ‘자국 중심’으로 다시 회귀하고 있으며 미국이 담당하던 역할 중 일부를 동맹에게 부담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의존해왔던 미국의 안보 우산이 점점 희석되거나 사라질 가능성에 대한 신호로 읽히고 있으며, 제2의 ‘에치슨 라인’에 비견되는 소위 ‘트럼프 라인’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는 미국의 방위 및 핵 우산이 최악의 경우에는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한국 내 확산되는 불신 — ‘가쓰라–테프트 밀약’의 그림자
미국의 태도 변화는 한국 내부에서도 심리적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제는 더 이상 미국을 믿기 어렵다”는 발언이 공개적으로 나오고있으며, 과거 미국이 밀약을 통해 한반도를 일본에 넘겼던 ‘가쓰라-테프트 밀약’까지 언급되면서 70여년동안 유지되던 동맹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미 한국은 주한미군 방위비의 일부를 부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면서 실제 역할은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간극이 커질수록 한국 사회 내부의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대응 전략 — 단순한 ‘증액’ 이상의 방안이 필요
현재 한국 정부는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국방비 증액, 미사일 방어체계 강화, 전력 증강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변화하는 국제 전략 환경을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층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핵무장 또는 핵공유 논의의 현실화: 북한의 핵전력 강화와 미국의 방위 공약 신뢰도 하락 속에서, 독자적 핵무장 또는 미국과의 핵공유 협정 논의는 더 이상 금기어가 아니다. 이는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실질적 억제력을 확보하는 전략적 옵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유럽의 경우 미국과의 핵공유를 진행중이긴 하지만 이 경우 역시 발사권한이 미국 대통령에게 있기에 한국은 핵공유보다는 핵무장 방향으로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인공지능 및 무인 전력 강화: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쟁의 양상을 크게 바꾸었으며 드론과 무인 장비를 중심으로 한 비대칭 전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북한 역시 러시아와의 협력 및 실전 경험을 통해 무인 전력과 전자전 능력을 상당 부분 습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역시 대형 공격헬기의 전면취소 및 드론, 인공지능 및 무인전력 등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기반 전장 운영체계, 자율 무인 전력, 사이버 방어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를 중점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현재 병력자원 부족의 위기 상황 하의 한국군의 전력유지의 한 방법으로도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 전략적 동맹과 보급의 다변화: 기존의 미국 의존 일변도에서 벗어나 유럽, 호주, 일본 등과의 실질적인 안보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최근 수년동안 한국에서는 영국에서 유로파이터 전투기와 항공모함이 훈련을 위해 방한을 하고 프랑스 역시 해군 함정과 공군 전투기가 방문하여 연합훈련을 진행하고 이는 미국과의 동맹을 대체하자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흔들릴 때 보완할 수 있는 전략적 보험을 확보하자는 의미다. 또한 다변화는 군사훈련에 머물지 않고 무기도입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이스라엘로부터 도입한 그린파인 레이더, A330 MRTT 공중급유기와 타우러스 공대지 공격 미사일, KF-21 탑재 미티어 미사일 등에서 볼 수 있듯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유럽과 남아메리카 등 다양한 지역의 국가로부터 도입처를 다변화 하는 한편 국내 기술이전 등에 대해서도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 국가방위 전략의 독립성 강화: 단순히 방위비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안보를 보장할 수 없다. 한국 스스로 전략 구상 능력과 전력 운용의 자율성을 확보해야한다.
미국의 국가방위전략이 다시 자국 우선으로 회귀하고 있는 현 상황은 단순한 방위비 분담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안보 구조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에 대한 단일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 핵억제력, 기술전력,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앞으로의 생존 전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한국은 강력한 국방비 증액과 함께 기존 미국 군대에게 의존하던 각종 활동 – 특히 정보와 정찰 분야 및 공중우위를 바탕으로 한 억제력 – 을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 시련을 겪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방어의 기본 능력을 갖추는 한편 현재 주변국에 대한 군사적 긴장상황에 대한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