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 도구의 통제와 감독자로서의 위치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일상의 ‘도구’를 넘어, 조직의 의사결정 흐름과 노동의 분업 구조, 그리고 개인의 직무 정체성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우리는 “인공지능에게 맡길 것인가 아니면 인공지능을 감독할 것인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조직 구조와 노동시장을 고려하면, 인공지능의 도입은 중간관리자층에 큰 충격과 불확실성을 안겨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해외에서 인공지능이 어떤 역할을 보조하거나 대체하고 있는지 비교해보고 한국의 상황과 비교하여 ‘무엇을 경계하고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았으면 한다.

 

한국의 인공지능 생태계 — 기회와 병목

지금 한국의 현실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현재 한국은 ‘하드웨어(반도체) 강점’과 ‘정부 주도의 인공지능 전략’이라는 양대 축을 기반으로 빠르게 인프라스트럭처를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나 대규모 그래픽 프로세서 등 자원 확보, 그리고 현장 조직 변화를 관리하는 속도에서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 반도체 및 하드웨어 측면:
    한국은 메모리 및 반도체 공급망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어, 글로벌 인공지능 인프라스트럭처 확장에서 중요한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인공지능 기업과의 데이터센터 및 칩 협력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 정부 및 정책:
    한국 정부는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국가 인공지능 전략’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허브 구축, 인재 양성, 데이터 인프라스트럭처 투자와 같은 대규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 데이터센터와 연산 자원:
    대형 모델 학습과 대규모 상용화에 필요한 데이터센터와 그래픽 프로세서 등의 확보는 전 세계적 수요 경쟁 상황에서 비용 및 공급 측면에 있어 병목 현상을 겪을 수 있다. 한국 내 데이터센터 확장과 투자 전망은 긍정적이지만 수급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인프라스트럭처 정책은 현재 준비 중이지만, 현장의 업무 재편이나 인력 보호 장치와 맞물려 있지 않으면 사회적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의 인공지능의 역할 — 누가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는가

해외 사례들을 보면 인공지능의 영향은 직무 수준에서 매우 차별적으로 나타난다. 핵심적인 부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단순·반복 업무의 자동화/대체:
    기업이나 기관 콜센터의 반복 문의 응대, 단순 문서 작성, 대량 데이터 입력 등에 있어서는 이미 인공지능 챗봇,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 자동요약 도구 등이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대규모 실증 연구는 ‘대화형 인공지능 보조를 받은 고객지원 직군의 생산성이 평균 10~15% 이상 향상’했다는 결과과 이를 대변한다.  이는 업무 보조를 통한 생산성 개선의 전형적 사례다.
  • 지식근로자의 ‘보조자’ 역할:
    개발자, 분석가, 마케터 등 지식노동자들은 GPT 계열 모델, 코드 보조 툴(GitHub Copilot 등), 마케팅 자동화 툴을 보조 도구로서 활용하여 반복적인 작업을 줄이면서 인간은 고부가가치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Microsoft 365 Copilot 등 기업용 인공지능 도구의 확산은 조직 내 보고, 문서, 전자우편 업무 등을 빠르게 감소시키고 있다.
  • 중간관리자 역할의 재정립:
    중간관리자의 행정, 스케줄 관리, 보고서 작성 등의 반복 업무가 자동화될 여지는 매우 높다. 반면 코칭, 동기부여, 조직 간 이해관계 조정과 같은 관계적이고 비정형적인 역할은 인공지능이 쉽게 대체하지 못한다. 즉 관리자의 역할은 ‘행정가’에서 ‘코치’ 또는 ‘통합자’로 재정립되는 것이 글로벌 경향이다.
  • 의사결정자의 보좌:
    최고경영자나 정책결정자에게 있어 인공지능은 광범위한 데이터 요약, 전망, 대안 생성 기능을 제공한다. 그러나 최종 책임과 윤리적 판단은 여전히 인간에게 남기 때문에 결국 인공지능은 ‘의사결정의 보조 도구’로서 가치가 발휘된다.

요약하면 해외에서는 단순 업무와 일부 반복적 지식 업무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중간관리자의 행정 업무가 자동화되면서 부담을 덜어지고 역할이 재정의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국 상황 — 왜 중간관리자가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가

한국에서 중간관리자층이 특히 취약한 이유는 조직문화, 노동시장 구조, 기업의 구조조정 관행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 조직인사 구조: 한국 기업은 전통적으로 위계적이고 ‘관리자에게 보고’하는 것이 중심이 되는 구조를 유지해 온 경우가 많다. 중간관리자는 문서, 결재, 보고의 흐름을 관리하는 ‘절차적 허브’ 역할을 해왔는데, 이러한 절차는 인공지능과 자동화 도구로 효율화와 함께 단순화될 수 있다. 결정권자가 아니더라도 ‘결재라인’을 통제하던 관리자의 행정 권한이 축소되면서 이들의 역할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
  • 노동시장 구조: 한국 노동시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대변되는 이중구조와 연공서열과 임금피크제 등의 특징을 꼽을 수 있다. 정규직, 특히 관리자급들이 해고되면 재취업이 어렵고, 이로 인해 생애소득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사회의 연금 등의 복지시스템이 취약한 한국에서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며, 특히 중년 이상의 경우 이를 대비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에 그 충격은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 기업의 구조조정 관행: 구조조정이 비용 절감 수단으로 사용될 경우, 한국에서는 베이비 붐 세대들이 주축을 이루는 중간관리자층이 우선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고 실제 한국의 대기업들도 2024~25년 사이 구조조정을 진행한 사례가 보고되었다.

이 세 가지 요인들이 결합되면 한국의 중간관리자는 자신들의 업무에서의 역할 축소를 시작으로 재배치 실패와 구조조정을 겪으며 생계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해외보다 월등히 높다. OECD 등 국제기구도 한국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재교육, 그리고 재배치 정책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해외와의 비교 — 자동화 영향

  • 단순노무와 반복 업무: 채용, 물류, 기초 고객지원 영역에서는 자동응답, 로봇, 비전 시스템 등을 통해 상당 부분 대체되고 있다. 물류창고의 로봇 자동화, 콜센터의 인공지능 보조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일반적인 지식근로: 문서 작성, 초안 작성, 데이터 정리 등 루틴 작업은 인공지능이 빠르게 자동화하고 있다. GitHub Copilot, Microsoft Copilot 등 도구가 기업에 도입되며 내부 생산성 도구로서 자리 잡는 추세이다.
  • 중간관리자: 행정적 보고 역할이 줄어들면서 직무 재설계가 진행 중이다. 많은 해외 기업은 “관리자는 인공지능이 행정을 보조하고, 사람은 코칭, 전략, 문제 해결에 집중하라”는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 다만 지역과 산업에 따라 전면 해고보다는 재배치를 택하는 경우도 많다.
  • 결정권자: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요약하고 시나리오를 생성하는 보좌 역할을 하지만, 최종적인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은 인간에게 남게 된다.

해외에서는 중간관리자의 행정 업무가 자동화되는 반면, 인간 고유의 관계나 판단 그리고 권한은 여전히 중요하게 여겨진다. 다만 사회안전망 수준에 따라 해고로 이어질지, 재배치로 이어질지는 지역마다 다르다.

 

왜 한국에서는 ‘두려움과 강박’이 강한가

  • 승진-직급 시스템의 고착화: 연공서열과 정규직 중심 문화는 직무 전환의 유연성을 낮추고 관리자는 기존에 행사하던 권한의 상실을 크게 체감하게 된다.
  • 사회적 안전망의 한계: 한국은 비정규직 비중이 높고 고령 노동자의 재취업 여건 또한 취약하다. 이들은 해고 시 생활 충격이 크고 리스크에 노출되게 된다.
  • 기업의 구조조정 관행: 과거에도 대규모 구조조정 시 임직원 개개인에게 피해가 돌아갔고 재취업이나 직무 재설계가 매끄럽게 운영되지 않았다. 이런 과거의 경험이 인공지능 도입을 ‘실직과 구조조정의 전주곡’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결국 동일한 수준의 인공지능 충격이라도 한국에서는 생계와 경력 단절 리스크가 더 크기 때문에 인공지능으로 인한 ‘두려움’의 강도는 다른 나라보다 훌씬 높게 나타난다.

 

정책, 기업, 개인 차원의 대응 전략

  • 국가나 정책 레벨: 중소기업도 대형 모델을 테스트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공유 그래픽 프로세스 풀’ 및 ‘데이터센터 협력 프로그램’을 확장하여 인프라스트럭처 경쟁에서 소외되는 기업을 줄이고, 관리자 및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인공지능을 감독하거나,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 직무 전환 보조금, 일시적 소득 보전 등의 재교육과 전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OECD 역시 권고하는 사항이다.). 그리고, 인공지능 도입에 따른 기업의 조직, 고용 영향 등의 사전평가 및 충격완화계획 제출을 제도화해야 한다.
  • 기업이나 조직 레벨: 관리자의 직무에서 행정, 보고 요소를 줄이고, 팀 역량 개발이나 프로젝트 촉진, 그리고 고객 및 현장 연결 중심으로 직무를 재설계하는 한편, 인공지능에 의한 결과 도출 과정에 인간에 의한 검증 절차를 포함하고, 중요 결정에는 최종 승인권자를 지정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관리자가 인공지능의 감독, 데이터 관리, 프로세스 설계 역량을 향상시켜 ‘인공지능 운영 관리자’로 전환할 수 있는 경로를 열어주어야 한다.
  • 중간관리자를 포함한 개인 레벨: 인공지능의 한계와 편향을 적극 이해하고,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및 추론 근거 검증, 그리고 로그 분석 능력 등 ‘감독자’ 역량을 키우고, 코칭, 갈등 조정, 전략적 의사결정 지원 등 인간은 인간에게 강점으로 작용하는 역량으로 초점을 이동하여 집중하는 한편 인공지능 도구 적용 시 파일럿 → 효과 측정 → 전사 확대 절차를 거쳐 성과를 데이터로 기록한다. 그리고 프로젝트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내부 이동과 재배치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감독자의 자리 – 그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책임

이러한 다양한 능력과 신속한 처리를 장점 요소로 가지고 있는 인공지능은 스위스 칼과 같다.  비록 도구로서는 탁월하지만, 그 칼을 쥔 인간의 ‘판단력’과‘책임’이 없다면 도구는 인간에게 위험을 안겨줄 수 있다. 인공지능은 많은 업무를 빠르게 보조하고 자동화하지만, 조직과 제도가 준비되지 않으면 그 충격은 특정 계층에 집중될 수 있으며, 한국의 경우 중간관리자가 많은 중년 및 장년층에 큰 파급효과를 안겨줄 것이다.

한국은 반도체와 정책적 장점이 있지만, 정규직-비정규직으로 양분된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연공서열 중심 조직문화로 인해 구조조정의 충격이 개인의 삶에 큰 타격을 줄 위험이 있다.

따라서 개인은 인공지능을 불안의 원천으로만 보지 말고 ‘감독자로서의 역량’이라는 새로운 직무능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직과 정부는 인프라스트럭처, 재교육, 사회안전망을 함께 설계해야 하며 그렇게 할 때 인공지능은 ‘인생을 빼앗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판단을 보조하고 삶을 확장하는 도구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자료:

https://aikorea.go.kr (2025년 10월 9일 현재 서비스 중지 중)
https://openai.com/index/samsung-and-sk-join-stargate/
https://www.mckinsey.com/capabilities/people-and-organizational-performance/our-insights/managing-in-the-era-of-gen-ai
https://academic.oup.com/qje/article/140/2/889/7990658
https://www.oecd.org/content/dam/oecd/en/publications/reports/2024/04/artificial-intelligence-and-the-changing-demand-for-skills-in-the-labour-market_861a23ea/88684e36-en.pdf
https://www.mordorintelligence.com/industry-reports/south-korea-data-center-server-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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