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과 동떨어지고 있는 한국 부동산 가격 — 정책의 한계와 숨겨진 자산의 그림자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항상 실수요자의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상승하고, 정부는 이를 잡기 위해 부동산 대책을 재차 내놓지만 좋은 결과가 도출되지 못하고 있고 주택가격은 일반인의 급여수준으로는 집을 사는데만 수십년이 걸리거나 아예 주택을 구입하는 노력을 포기하는 사례마저 속출하고 있으며 이러한 악순환은 부동산 가격을 아주 잠시 조정을 거친 뒤 또 다시 오르게 되어, 부담은 결국 서민과 청년층에게 돌아가고 있다. 정책의 목적은 ‘투기 억제’이나 오히려 ‘실수요자의 구매력 제한’으로 이어져 대출 규제, 취득세 강화, 다주택자 세율 인상 등의 정부 정책들이 결국 투자자보다 처음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이는 부동산 문제를 너머 결혼 및 가정의 구성에 지장을 초래하고 인구문제까지 초래하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부동산은 더 이상 ‘거주 공간’이 아니라 ‘신분을 결정하는 자산’이 되었고, 그 자산을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왜 효과가 없을까
현재 한국의 부동산 규제정책은 대부분 ‘수요 억제형’인데 즉, 대출을 줄이고 세금을 높여서 거래를 줄이겠다는 의도로 정책이 진행되고 있지만 막상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세력은 단순한 개인 수요자보다도 이미 충분한 자금을 가진 고액자산가, 또는 법인 형태의 투자 세력들인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이들에게는 대출 규제나 세금 인상이 큰 제약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되려 그 틈을 타 현금 부자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실수요자는 정책에 막혀 시장에서밀려나게 되어 결국 정부의 정책은 실수요자에게만 작용하고, 투기세력에게는 우회로를 제공하는 구조로 악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상류층 중심의 제도 – 공정성의 한계
정책이 지속적으로 불균형하게 작동하는 이유 중 하나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사람들이 주로 상류층이라는 점인 것이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인, 고위공직자, 경제관료 상당수가 이미 부동산 자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이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다 보니, 부동산 정책은 근본적인 개혁 대신‘시장 안정’이라는 모호한 구호로 포장되어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정책을 스스로 만들 리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적 한계 속에서, ‘공정한 부동산정책’은 늘 선언적 구호에만 머물어 국민들에게는 허공의 메아리로 맴돌고 있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자산 – 시장을 왜곡시키는 그림자
더 근본적인 문제는 고액자산가의 자산 은닉과 차명 보유라고 할 수 있는데 겉으로는 세금을 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법인 명의, 친인척 명의, 페이퍼컴퍼니, 신탁 등을 통해 자신의 실질 자산을 감추는 경우가 많고 이런 자산은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으며, 정부의 세제나 부동산 정책이 미치는 영향권에서도 벗어나 있기 때문에 결국 시장은 ‘투명하게 보이지만 불투명한 구조’로 돌아가고, 부자들은 규제의 바깥에서 여전히 자산을 늘려가는 부정적인 효과로 돌아오게 되며 이로 인해 부의 집중과 세수의 불균형, 그리고 지하경제의 팽창이 동시에 일어난다.
해외의 대응 — 숨겨진 자산을 찾는 제도들
세계 주요국들은 이미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일찍 인식하여 ‘은닉 자산 추적’과 ‘투명성 확보’를 국가적 과제로서 다루고 있다.
미국: FATCA(해외금융계좌신고법)를 2010년에 제정하여 전 세계 금융기관에 미국인의 해외 자산 정보를 의무적으로 보고하게 함으로서 이를 통해 해외부동산과 차명 계좌를 대규모로 적발했으며, 의도적 은닉이 확인될 경우 최대 50%의 과징금과 형사처벌을 부과하고 있다.
스위스: 과거 ‘세계의 금고’로 불리던 스위스는 OECD 주도의 자동정보교환제도(AEOI)에 참여하며 국가 간 금융정보를 자동으로 공유하기 시작한 이래 스위스 내 비밀계좌는 급격히 줄었고, 은닉자산에 대한 국제적 조사가 본격화되었다.
영국: 국세청(HMRC)은 고소득층의 일부를 무작위로 선정해 세금신고서와 실제 자산 내역을 비교 조사하여 이를 통해 허위 신고가 약 20% 감소했고, 고액자산가들의 자진신고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이 세 나라의 공통점은 “의심이 없더라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제도화했다는 것인데 투명성은 감시의 강도가 아니라, 감시의 공평성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
한국도 이제 ‘부동산 정책’을 너머 ‘자산 투명성’ 차원에서 다뤄야 하고 이를 위해 제도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고 본다.
고액자산가에 대한 무작위 자산검증제: 일정 자산 이상을 보유한 개인을 무작위로 선정해 자산 명세, 소득 흐름, 부동산 보유 현황 등을 검증하는 제도로서 정직한 납세자는 불이익이 없고, 허위 신고자만 처벌받도록 설계해야 한다.
차명 부동산 실소유자 신고제 강화: 모든 부동산 거래 시 실소유자 명시를 의무화하고, 미신고 또는 허위 신고 시 조세포탈과 동일한 형량으로 처벌해야 하거나 법률이 허용한다면 몰수에 이르는 가혹할 정도의 처벌을 해야 한다고 본다..
금융정보 통합 데이터베이스 구축: 국세청, 금융위원회, 법원, 부동산 등기소의 데이터를 통합해 자산 이동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공직자 부동산 백서’의 정례 발간과 공표: 정책 입안자와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보유 현황을 정기적으로 공개해, 이해충돌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지만 이를 모든 국민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의 한국의 부동산 정책은 “가격을 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지만 진정한 개혁은 가격이 아니라 구조를 투명하게 만드는 일, 즉, 부동산 정책의 공정성은 세금이나 금리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감시받고 있느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서민의 대출은 철저히 들여다보면서, 고액자산가의 은닉 부동산은 방치된다면 그 사회는 이미 불공정의 시스템 안에 있는 것이므로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정책의 방향이 ‘억제’에서 ‘공정’으로, ‘규제’에서 ‘투명성’으로 옮겨가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