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서 ‘해상교통’은 왜 가시밭길일까 – 과거의 수상택시와 현재의 한강버스

서울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한강은 도심 전체를 연결하는 거대한 수로다. 그것도 폭이 다른 도시에 비해 월등히 넓은… 대략 1킬로미터 정도 되는 폭을 가진 서울 시민의 식수원이자 수로인 것이다. 도시 브랜딩 측면에서든, 관광이든, 교통 혼잡 완화든 ‘수상 교통’은 매력적으로 들린다. 실제로 서울시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수상택시, 그리고 2025년에 ‘한강버스’를 매우 의욕적으로 선보이고 있으나 과거 수상택시는 장기간 저조한 수요 끝에 운영이 중단됐고, 한강버스 역시 정식 운항을 시작했지만 안전·속도·접근성 논란으로 삐걱거리다 현재는 다시 승객을 태우지 않고 테스트를 겸한 시범운행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왜 번번이 엄청난 의욕과 대조적으로 실제 성적은 이런 것일까? 오늘은 서울 사례를 데이터와 제도, 물리적 제약에 대해 생각해보고, 일본과 호주 등 해외 도시의 대응을 비교해 보았으면 한다.

 

한강 수상교통의 연대기 — 시도와 후퇴의 반복

과거 한강에서 수상택시가 운행된 적이 있다고 들었는데 – 개인적으로 자가용 차량으로 출퇴근을 하는지라 실제로 다니는 것을 본 적이 없고 단지 뉴스에서만 들은… – 얼마 못가서 운행이 중지된 것으로 알고 있다.

수상택시: 낮은 수요와 접근성의 벽
출발: 한강 수상택시는 도심 관광과 출퇴근 분산을 목표로 단계적으로 도입되었으나,
현실: 이용객은 수년간 하루 평균 한 자릿수에 머물렀고(일부 연도 하루 평균 1명 미만), 2024년 말 기준 선박 노후화·고장과 승강장 접근성 문제를 이유로 운영이 중단됐다.
의미: 교통수단으로서의 ‘필수성’ 확보에 실패했고, 관광·이벤트 수요 외엔 일상적 이용이 어려웠다.

한강버스(리버버스): 빠른 출발, 잦은 제동
구상: 마곡–잠실 약 7개 선착장을 잇는 순항형 리버버스, 요금은 성인 3,000원 수준. 출퇴근 급행(15분 간격)까지 단계 확대 계획
현황: 초기 운항 직후 속도 미달 판정, 결항과 안전 결함 논란이 이어지며 정비·운항 계획의 재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시는 예비선을 상시 배치하고, 선착장 연계버스·무료 셔틀을 확대하는 등 운항 안정화에 나섰다
의미: 하천 물리제약(유속·수심·교각·곡선로), 항행 규제, 타 교통 대비 시간경쟁력 부족 등이 동시에 노출되었다.

 

왜 실패(또는 난항)하는가 — ‘물/땅/제도/수요’ 4중 제약 프레임

한강에서 수상교통이 매번 벽을 만나는 이유는 하나가 아니다. 아래 네 축이 겹쳐서 작동한다.

바로 물(하천), 땅(접근성), 제도-운영 프레임, 수요경쟁이라고 볼 수 있다.

물(하천) 물리조건: 수심·유속·교량·곡선로
수심과 유속: 한강은 계절·강우에 따라 수위·유속이 크게 변한다. 저수/한빙기·장마기엔 운항 가능 속도와 안전 여유가 감소하며
교량-교각: 저공, 다경간 교량이 촘촘하다. 교각 회피, 교량 통과 시 속도 저하, 항로 곡선 등으로 평균 속도가 낮아진다.
창룡-역류·풍속: 바람-풍파 및 선박 상호간 파랑 제한(파손·안전 문제)으로 항주속도 제한이 걸리게 된다.

땅(접근성) 조건: 선착장까지의 거리와 이동문제
도보·환승 부담: 하천부지 특성상 선착장은 제방 아래에 있다. 철도역/버스정류장과의 수직-수평 동선이 길고, 보행 동선의 쾌적성도 낮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주변 활성도: 평면적 토지 이용(공원-도로)이 넓어 보행 집약도가 낮고, 통근 통행의 기점/종점과 선착장의 불일치가 크다.

제도·운영 프레임: 속도·빈도·요금·결항 리스크
속도 규제/제한: 파랑, 안전, 소음 고려로 실제 항주속도는 홍보 수치보다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며,
빈도와 신뢰성: 하천은 기상, 수위 변수가 크다. 결항·지연이 잦아지면 통근 수단으로 신뢰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요금-통합결제: 도시철도/버스와 완전 통합 요금이 아니면, 체감 비용이 커지고 수요가 줄어든다.

수요 경쟁: ‘지하철 1~3분, 버스 5~10분’과의 싸움
시간 경쟁력: 서울의 철도망은 밀도와 속도면에서 한강버스를 압도한다. 대중교통수단이나 업무지구에서 거리가 먼 지역에 위치한 선착장으로 인한 수상교통이 문전성과 운항시간에서 이기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좌석·적재 한계: 단위선박 수송력은 버스, 철도 대비 작고, 부두, 접안 시간도 소요된다.

 

장점은 무엇인가 — ‘틈새’와 ‘다목적성’을 보라

물제약이 있다고 해도 수상교통엔 분명한 장점이 있다.

대체,우회 경로: 도로/철도 장애 시 복구, 우회 수단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홍수·지진 이후 임시 셔틀, 행사 시 셔틀 등).

관광, 레저: 경관 가치가 높아 체류형 관광과 결합하면 지불의사가 커진다(크루즈, 야경, 이벤트).

저탄소 전환: 전동 선박·수소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선박과 결합 시 탄소 감축과 함께 도시브랜딩 효과를 도모할 수 있다.

부두 거점 개발: 선착장 주변을 복합거점(워터프런트)로 재생하면 상업·문화·공공 서비스 공급 확대가 가능할 것이다.

결국 핵심은 일상 통근의 ‘주력’이 아니라, 통근-관광-레저-비상수송이 서로 보완하는 조합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해외 사례 비교 — ‘있는 강으로’ 가능한 것을 한다

일본 도쿄: ‘관광 중심 + 공공 서비스 보완’의 이중 트랙

도쿄의 경우 운영 구조가 민간(도쿄관광기선/TOKYO CRUISE)과 공공(도쿄도 공원협회 ‘도쿄수변라인’)이 함께 공존하고 있으며 도쿄수변라인은 비교적 저렴한 요금과 다양한 경로로 지역 밀착형 서비스,  관광기선은 예약 기반 및 관광 특화로서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

도쿄의 해상운송수단은 완전한 통근 핵심수단이라기보다 관광·레저와 공공서비스가 겹치는 영역에서 지속하는 한편 다채로운 루트(하천+만)와 이벤트·테마형 상품으로 수요 변동을 흡수하는 동시에 운송료의 결제는 점차 교통계 IC·QR 등으로 편의 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

일본 오사카: 도심순환·관광 연계(아쿠아라이너 등)

오사카의 경우 요도, 오카와 강변 경관과 도심 명소를 묶어 관광형 순환을 강화하여 통근을 주력으로 하는 대신 복합형 수요를 타겟으로 하고 있다.

호주 시드니의 경우 ‘완전 통합 요금망’과 하천(파라마타)의 조석 제약 관리라는 특이한 방식을 운영하고 있는데 요금, 결제의 경우 페리를 포함하여 Opal로 완전 통합(접촉식 카드/모바일)하여 환승 혜택 및 캡을 적용하는 한편 파라마타 강 상류는 만조/간조에 따라 저수심 구간이 생겨 일부 구간은 저조 시 버스 대체하며 시각, 월별로 사전 안내를 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호주 시드니의 해상교통수단은 전 모빌리티 통합 결제가 이용 편익을 극대화와 함께 예보, 대체수단 계획을 상시 운용해 신뢰성 확보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호주 브리즈번: ‘강에 맞춘 서비스’와 홍수 복원력

호주 브리즈번의 경우 CityCat/CityHopper 등 잔존 수요에 맞춘 촘촘한 정차 빈도. Go Card/스마트티켓팅 등 통합 결제를 특징으로 하고 있는데 2011년과 2022년 큰 홍수에도 부두 내구성 업그레이드와 단계적 복구 로드맵 운영하여 홍수-사이클론 대비 전면 중단 후 빠른 복원을 도모하고 있다.  브리즈번의 경우 재난복원 계획을 평시에 문서화하고 투자(부유식/탈착식 부두, 신속 교체 모듈)와 함께 관광·생활 혼합 수요를 주 7일 운영으로 흡수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일본과 호주 등 해외의 사례를 보면 강의 물리조건에 맞춘 ‘현실적 기대치’, 전 모빌리티 통합 결제, 결항관리 체계화, 부두 및 접근 동선 품질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 — 누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일까?

속도와 시간경쟁력 과대평가: 홍보 수치(최대/이상 조건) 대비 실제 평균속도가 낮게 나왔다. 교량, 항로, 파랑 제한과 접안, 환승 시간을 포함한 문-투-문 시간에서 지하철이나 급행버스를 이기기 어려운 실상이다.

접근성 설계의 공백:선착장과 지하철/버스 연계가 사후적·부분적으로 보완됐다. 경사, 계단, 횡단 동선이 통근자에겐 큰 마찰이다.  특히 주변에 보행 집약형 수요 발생원(업무밀집/환승허브)이 충분치 않은 곳도 있는 것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서울 마곡지역에서 강남까지 1시간 이내로 다니는 지하철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2시간이 넘는 운행시간을 자랑하는 한강버스를 타라고 한다면… 아마도 지각 걱정이 없는 임원이나 기업 오너급이나 가능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출퇴근 카드를 찍고 기록해야 하는 회사원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로 들릴 수밖에 없다.

요금·결제의 통합 부족: 독립 요금체계(앱, 현장 구매 중심)로 환승 할인, 캡의 체감이 약했다. 도시 전체의 ‘하나의 네트워크’로 느끼기 어려웠다.  기후동행카드에 월 5,000원을 추가하면 한달 내내 무제한으로 탈 수 있다고 하지만 운행시간이나 운행속도를 보면 이러한 가격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지는 아직까지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기상 또는 운항 변수에 대한 ‘운영 설계’ 미흡: 결항이나 지연 시 자동적으로 대체수단(육상버스) 투입과 실시간 안내 체계가 충분히 예측 가능하도록 고도화되어야 하는데 초기 잠깐 운행시에도 거의 1시간 동안 기다리다가 모두 하선했다는 뉴스가 나왔지만 대체교통수단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결국 서울시 스스로도 운행 차질 시 대체 버스 등을 제공하는 지하철보다 우선순위가 낮다고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홍보/브랜딩의 목표 설정 오류: ‘교통 해결사’ 내러티브에 치우쳐 관광, 레저, 이벤트의 수요 탄성을 살리는 포지셔닝이 약했다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지만 이미 한강에는 한강유람선이 운행중인지라 사실 이유가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름부터 “한강버스”라는 이름으로 대중교통임을 강조한 서울시였기 때문에 쉽사리 닙득이 가지는 않는다.

 

해법은 결국 ‘통근 몰빵’이 아닌 ‘하이브리드 운영’

요금체계의 “현실화”: 현재 한강버스를 타는 것은 티머니나 기후동행카드로 가능하다고 할 수 있지만 지하철이나 버스에 비해 상당히 높은 요금수준이기 때문에 (이럴때 써야 하는) “요금현실화”를 통해 소위 말하는 가성비가 있는 교통수단으로서 자리 잡아야 한다.  특히 속도가 느리다면 현재보다 더욱 저렴한 요금제를 제시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접근성 개선 (선착장 500m/5분):지하철역이나 BRT, 버스환승센터와 선착장을 고저차 최소 동선으로 직접 연결(리프트, 램프, 동선 가림막, 계절 쾌적성 등을 추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무료/순환 셔틀을 상시화하되, 장기적으로는 정규 노선버스 편입(정류장 코드·정시정보 통합).

‘속도’보다 ‘신뢰성’:  Headway 기반: 시속 몇 노트가 아니라 10–15분 등 간격 보장을 KPI로 삼고 있다.  따라서 예비선 상시 배치와 표준화된 결항-대체 프로토콜(자동 알림 → 즉시 대체버스 투입 → 동일 요금/환승 유지). 저파랑 선형·전동 추진: 파고 민감도와 소음을 낮추되, 최고속력보다 가속 또는 감속/접안 효율을 중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통근 30%, 관광·레저 70%: 사실 속도면에서는 대중교통이라고 하기에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에 차라리 관광이나 레저를 공략하는 것이 나을 수 도 있다고 본다. 야경, 이벤트, 테마형(불꽃·음악·전시 연계)으로 수익성 극대화하는 한편 평일 피크에는 출근 특화(업무지구–거점 직결)하다가 비피크나 주말엔 관광이나 레저를 중심으로 운영하며 민관 크루즈/요트/카약 생태계와 공존(부두 슬롯, 안전 규정 유연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이로 인해 한강유람선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서로 공존하기 위해서는 노선을 겹치지 않게 하거나 특화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운영하는 방안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프라와 복원력: 부유식, 모듈식 선착장으로 범람·표류물 충격에 견디고, 손상 시 모듈 교체로 신속 복구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한편 홍수나 강풍시 대응 매뉴얼시험훈련을 정례화하여 전면 중단 → 대체수송 투입 → 재개 시나리오를 항상 가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왜 태우나’를 수치로 증명: 문-투-문(door-to-door) 시간과 지하철/버스 비교를 정기적으로 조사하여 공개하는 한편 결항률/대체 투입 시간/환승 보장률대중지표로 관리하며 관광 지출(객단가), 지역 상권 매출, 탄소 배출 감소 등 외부효과 KPI 설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상교통은 보통 도심의 낭만이라고 할 수 있으나, 현재의 한강버스는 이미 관광 목적의 한강유람선이 있기에 도입의 당위성을 대중교통으로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보이지만, 시험운행 및 며칠간의 상업운행 결과 이러한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결과가 나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다시 시범운행으로 전환된 기간동안 새롭게 계획을 설정하여 적절한 가격의 대중교통요금으로 이용을 할 수 있도록 운영을 하되, 기존의 한강 유람선과 공존을 하거나 통합을 하는 등의 방안, 그리고 추후 쾌속선을 활용하여 현재 (직접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차이가 크지만) 지하철과 견줄 수 있는 속도로 운항을 모색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참고자료: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101313384251846
https://www.segye.com/newsView/20251013518373
https://www.newsdaily.kr/news/articleView.html?idxno=251046
https://news.seoul.go.kr/traffic/archives/515634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5/10/27/UBNSPGYKMBFETLWIGCXYVOGXBM/
https://www.khan.co.kr/article/202510010600111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51023000695
https://www.eroun.net/news/articleView.html?idxno=65234
https://opengov.seoul.go.kr/mediahub/34367592
https://mas.smc.seoul.kr/record/recordView.do?key=c7841d8707980a0fe
https://www.tokyo-park.or.jp/water/waterbus/faq/index.html
https://www.suijobus.co.jp/price/
https://transportnsw.info/travel-info/ways-to-get-around/ferry/how-to-pay-for-your-ferry-trip
https://transportnsw.info/travel-info/ways-to-get-around/ferry/ferries-at-low-tide-replacement-buses
https://transportnsw.info/routes/details/sydney-ferries-network/f3/090f3
https://www.brisbane.qld.gov.au/transport-and-parking/public-transport/citycats-and-ferries
https://www.rivercityferries.com.au/customer-information
https://www.abc.net.au/news/2022-05-17/brisbane-citycat-ferry-services-resume-after-may-river-flooding/101073074
https://www.adrianschrinner.com.au/media-announcements/ferry-network-fully-operational-one-year-on-from-flood-devastation/
https://hgbus.co.kr/
https://ippun-blog.com/water_bus_hikaku/

이미지 저작권

gongdo – Pixabay.com
https://pixabay.com/ko/photos/%EA%B0%95-%EA%B1%B4%EB%AC%BC-%EB%8F%84%EC%8B%9C%EC%9D%98-%EB%8F%84%EC%8B%9C-%ED%95%9C%EA%B0%95-7349833/

Share This Story, Choose Your Platform!

About the author : admin

Get Social

카테고리

최신 댓글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