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식업의 위기 – 골목 풍경이 바뀌고 있다

요즘 동네 골목길을 걸어보면 뭔가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몇 달 전만 해도 활기차던 거리에 문 닫은 가게가 부쩍 눈에 띄고, 간판이 바뀐 식당도 흔하다. 코로나가 끝나고. 잠깐은 ‘드디어 다시 장사 좀 되겠다’는 기대감이 돌았지만, 지금은 그 기운이 많이 사그라든 느낌이다. 손님이 아예 없는 건 아닌데, 다들 똑같이 말한다. “장사, 예전만 못해요.” 그냥 느낌이 아니라 실제 통계로도 그 변화가 보인다.

 

한국에서 자영업이란 이름의 생계

한국은 예전부터 자영업 비중이 유난히 높은 나라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이 바로 음식점 창업이었다. 정년퇴직 후 ‘뭐라도 해야지’ 하면서 가게 문을 여는 모습은 이젠 낯설지 않다. 그런데 이런 흐름이 수십 년 반복되다 보니 상권은 이미 포화 상태가 됐고, 똑같은 메뉴를 파는 가게가 한 골목에 두세 개씩 붙어 있는 경우도 흔하다. 경기가 나빠지면 제일 먼저 흔들리고, 경기가 좀 좋아져도 회복이 느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숫자로 보면 더 뚜렷하다

통계청 자료와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2020년 80만 개가 넘던 음식점 수는 2023년엔 약 79만 개로 줄었다. 그런데 매출 규모는 139조 원대에서 190조 원대로 오히려 커졌다. 겉으로 보면 ‘장사 잘되는 거 아냐?’ 싶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르다. 점포 수가 줄어든 만큼 살아남은 가게로 손님이 몰린 건 맞는데, 식자재값, 인건비, 배달 수수료가 줄줄이 오르면서 실질 수익은 오히려 깎여 나가고 있다. 매출은 늘었는데, 정작 남는 돈은 줄어든 셈이다.

 

폐업률이 보여주는 현실의 무게

2024년 외식업 폐업률은 2005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1년 동안 문 닫은 음식점만 15만 곳이 넘는다고 한다. 전체 폐업의 절반 가까이가 요식업과 소매업에서 나왔다. 단순한 불황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건비, 식자재비, 환율, 거기에 배달앱 수수료까지 더해지면서 고정비가 감당이 안 되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요즘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말이 “팔아도 남는 게 없다”다.

 

소비자들도 변했다

팬데믹이 끝나면서 외식 수요는 다시 살아났지만, 소비자들의 지갑은 예전과 다르게 열리고 있다. 싸고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우려는 중저가 수요와 분위기 좋은 곳에서 특별한 경험을 즐기려는 프리미엄 수요가 양극화되는 추세다. 반면 애매한 중간 가격대 식당들은 가격을 올리자니 부담스럽고, 원가를 줄이기도 어려워서 먼저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고급 레스토랑이나 카페처럼 확실한 콘셉트가 있는 곳은 아직 버틸 힘이 있다. 실제로 전체 점포 수는 줄었지만 매출 총액은 오히려 늘어났다는 통계도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업종과 상권에 따라 운명이 갈린다

모든 가게가 똑같은 상황은 아니다. 치킨집이나 한식당처럼 진입장벽이 낮고 경쟁이 심한 업종은 폐업률이 높다. 하지만 브런치 카페나 고급 레스토랑처럼 뚜렷한 색깔이 있는 가게는 일정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상권에 따라서도 희비가 갈린다. 소비력이 집중되는 도심은 여전히 버틸 여지가 있지만, 외곽이나 중소도시에서는 버티다 지쳐 문을 닫는 가게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창업이 줄어든 것도 우연이 아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4년 신규 창업 수는 전년 대비 4.5% 줄었고, 특히 외식업에서 감소폭이 컸다. 자금 조달도 쉽지 않고,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라는 인식이 퍼진 탓이다. 과거엔 퇴직 후 음식점을 여는 게 ‘안정된 노후 대비’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쉽게 하지 않는다. 현장에선 “이젠 아무나 장사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경제는 오르는데 장사는 어렵다

OECD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2.2%로 예상했다. 숫자만 보면 완만한 회복세처럼 보이지만, 외식업은 전혀 다른 세상에 있다. 원가, 임대료, 배달 수수료 같은 고정비 부담이 워낙 크기 때문에 거시경제가 좋아진다고 곧바로 장사가 잘 되는 구조가 아니다. 경험형 매장은 조금 나을 수 있지만, 배달 전문점은 수수료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성장에 한계가 뚜렷하다. 카페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라 업계에서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계속 나온다.

 

‘감’으로는 안 된다, 숫자가 생존을 좌우한다

지금 외식업에서 중요한 건 감이 아니라 숫자다. 원가와 인건비, 임대료, 수수료를 정밀하게 계산하고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점포만이 살아남는다. 메뉴별로 이익을 분석하고, 주문 채널과 좌석 회전율까지 관리하는 시대다. 배달앱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체 포장이나 직접 주문을 늘리는 전략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공급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메뉴를 줄여 인건비를 아끼는 것도 기본 중의 기본이 됐다. 프랜차이즈도 마찬가지다. 본사 지원이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식자재 마진과 로열티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큰 짐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로는 ‘운영력’이 성패의 핵심이다

이제 식당 하나 낸다는 건 단순히 손맛으로만 되는 일이 아니다. 숫자를 읽는 눈, 경영 전략, 빠른 대응력이 생존의 조건이다. 외식업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꿈을 걸고 뛰어드는 분야지만, 그만큼 위험도 큰 업종이다. 앞으로 1~2년은 구조조정의 바람이 거세질 거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단순히 ‘열심히’가 아니라 ‘현명하게’ 움직이는 가게들이 시장을 이끌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감이 아닌 데이터, 무작정이 아닌 전략. 이게 앞으로의 외식업을 살릴 열쇠일지도 모른다.

 

참고자료

https://www.atfis.or.kr/fip/front/M000000268/stats/service.do
https://www.atfis.or.kr/fip/front/index.do
https://www.oecd.org/en/publications/oecd-employment-outlook-2024_country-notes_d6c84475-en/korea_636e4c7a-en.html
https://www.oecd.org/content/dam/oecd/en/publications/reports/2024/07/oecd-employment-outlook-2024_abc8ad82/ac8b3538-en.pdf
https://www.oecd.org/content/dam/oecd/en/publications/reports/2024/07/oecd-economic-surveys-korea-2024_9343c046/c243e16a-en.pdf
https://www.mfds.go.kr/brd/m_629/view.do?company_cd=&company_nm=&itm_seq_1=0&itm_seq_2=0&multi_itm_seq=0&page=1&seq=30&srchFr=&srchTo=&srchTp=&srchWord=
https://kadx.co.kr/opmk/frn/pmumkproductDetail/PMU_2e96d79b-33bd-4859-8c57-f40699e2b407/6
https://www.imf.org/-/media/Files/Publications/WP/2024/English/WPIEA2024183.ash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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